기획연재 - 생태건축, 그 가능성을 찾아서- 이태구 교수의 "생태주택 프로젝트" 자연의 물 순환 응용한 집짓기 가평 한덕환씨 집 ㆍ강화생태갯벌센터를 찾아서 물은 우리 생활에 없어서는 안 될 자원이다. 물과 관련된 설비 역시 건축물 설계에서 빠져서는 안 될 부분이다. 최근 집을 설계할 때부터 바다로 흘러가 버리는 우수를 저장해 재활용하고, 다시 정화해 토양으로 돌려보내는 등 자연에서 얻은 물은 자연으로 돌려보내고 순환시키고자 하는 노력이 활발히 일고 있다. 이 분야의 전문가 이태구 교수(세명대 건축 공학과)가 직접 설계한 집들을 통해 건축에서 물을 관리하고 순환시키는 방법들을 쫓아가보자. 취재 : 구선영 기자 / 사진 : 왕규태 기자 우리는 그동안 자연에서 획득한 물을 쓰고 난 후 흘려보내기만 했지, 재활용 할 줄은 모르며 살아왔다. 옛날에는 처마 밑에 양동이를 받쳐가며 빗물을 받고, 그 물을 침수시켜 빨래도 하고 멱도 감았지만 말이다. 최근 전세계적으로 환경문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물을 적게 쓰는것을 넘어, 빗물을 모으고 재활용하기 위한 기술개발과 건축설계의 적용이 활발히 일어나고 있다. 빗물을 모으는 집수기술, 모음 빗물이나 집에서 나오는 물을 필터링해 화장실용수 및 조경용수로 재이용하는 기술, 빗물을 땅 속에 침투ㆍ저류시켜 지하수를 확보하는 기술 등이 대표적인 예다. 수자원의 취득과 이용 분야의 전문가인 이태구 교수(세명대학 건축공학과)는 "현재 개발되어 있는 기술들을 종합적으로 건축물에 적용하여 건축물 내에서 빗물과 오수, 잡배수 등을 순환시켰을 때, 40%이상의 수자원을 절약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왜, 건축에서 물순환을 생각해야 하나 우리가 쓰는 물은 바닷물을 제외한 강물이나 저수지, 지하수에서 가져오는 것들이다. 생활용수뿐만 아니라 공업용수, 농업용수등 사람에게 필요한 모든 용수는 여기서 가져온다. 그런데 이제 그 물이 부족하다. 국제연합국제인구행동연구소의 기준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이미 물부족국가에 진입했다. 우리나라는 연간 강수량이 세계 평균인 973mm보다 많은 1283mm이지만 국토의 70%정도가 급경사의 산지로 이루어져 있고, 대부분이 여름철에 집중적으로 내려 많은 양이 바다로 흘러가며 높은 인구밀도로 인해 1인당 강수량은 세계 평균의 12%에 지나지 않는다. 더군다나 도시뿐 아니라 농촌, 건축물의 포장면 증가로 모든 빗물이 땅에 침투하지 못하고 바다로 흘러나가는 것도 물부족을 부채질하는 원인이다. 생활용수를 사용하는 행위는 건축물 안에서 이뤄지며, 관련 설비가 건축과 함께 진행된다. 이교수는 "외국에서는 초현대식 건물을 지으면서도 원시적인 방법으로 빗물을 처리하는 것을 보고 느낌점이 많다"면서 "건축물 내부에서 공급 처리되는 물이 생태계의 순환이 가능한 범위 내에서 이루어지도록 하여 건축 설계단계부터 자연적인 물순환을 유도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교수가 직접 설계한 2개의 프로젝트를 만나보자. - 주택에서 빗물의 관리와 이용 어떻게? 내 집에 내리는 빗물만이라도 잘 모아서 활요하고, 제대로 정화해서 토양으로 흘려보내는 것이 물 순환 실천의 시작이다. 1. 빗물 모으기 우선 빗물을 모으자. 30평 집의 지붕은 보통 40평에 이른다.따라서 지붕면적에서 받을 수 있는 양이 가장 많고 또 손쉽게 모을 수 있다. 이렇게 받은 물을 관을 통해 필터통으로 보낸다. 필터에서 찌꺼기나 오염된 물질을 걸러내고 우수저장통으로 흘려보내면 된다. 옥상에 녹화를 한다면 더욱 깨끗한 물을 모을수 있다. 옥상의 토양층을 통과한 물은 토양의 정화작용을 거치기 때문이다. 2. 모은 빗물을 조경 및 화장실 용수로 사용하기 우수저장통에 모인 빗물 중 침전을 거친 아랫부분의 깨긋한 물을 필요한 곳으로 분해한다. 분배전에서 외부로 관을 내면 정원용수로 사용할 수 있다. 화장실로 관을 연결하면 화장실 용수로 세탁기 연결하면 세탁용수로 사용할 수 있다. 3. 우수 침투 및 저류 우수저장통에 모인 물 중 윗부분의 물은 관을 통해 토양으로 돌려 보낸다. 물순환 시스템 도입한 생태주택 경기도 가평 한덕환씨 집 가평 한덕환(68)씨 집은 건축 계획단계에서부터 생태계의 물순환을 유도하는 설계를 실시한 것은 물론, 부착온실 및 자연환기기스템 등을 도입해 저에너지 주택을 실현하고 있다. 물순환의 원리는 이렇다. 녹화된 지붕층에서 빗물이 한번의 필터링을 거쳐 연못으로 흘러든다. 갈대와 미나리를 심어 놓은 연못으로 흘러간 물은 이곳에서 정화를 거쳐 계곡으로 보내지며 건기시에는 지붕으로 다시 끌어올려 지붕 조경용수로 사용하고 있다. 집주인이 몇 개월에 걸쳐 손수 만든 연못에는 빗물 말고도 정화조를 거친 물이 흘러든다. 정화조 물은 인이나 질소 같은 성분은 온전히 분해되지 못한 상태. 집 옆으로 흐르는 1급수에 가까운 청정한 계곡에 이 물을 흘려보내는 일이 마음에 내키지 않았던 집주인은 한번의 자연정화를 더 거치고 있다. "갈대와 미나리의 탁월한 정화능력을 실감하고 있어요. 정화조에서 나온 물은 냄새가 풀풀 나는데, 연못에서 자연정화를 거친 물은 얼마나 깨끗한지 손으로 찍어 먹어도 아무 맛이 안납니다." 노후를 대비해 마련한 전원주택에 물순환 시스템을 도입하기까지 그도 결정이 쉽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정작 마음을 먹고 나니 관련 법령이 없어 애를 먹었다. "공무원들 하는 말이 그건 아저씨 생각이고, 법상으로는 안된다는 거예요. 그래서 연못 만들고 정화조도 따로 묻었어요. 앞으로는 자연적인 하수처리시설도 인증해 주어야 합니다. 그래야 환경에도 도움이 되고 또 서울사람들도 깨끗한 물을 얻을 수 있지 않겠습니까." 연못의 지름은 5M가량, 깊이는 약 50cm 정도 파냈다. 10cm 정도에 찰진 진흙을 사와서 깔고 그 위에 갈대와 미나리를 심으면 완성된다. 한씨 혼자서 이 일을 다 해냈을 정도로, 자연정화조나 다름없는 연못 만들기는 diy(손수만듬)도 가능하다. 별도의 관리도 필요없으니 비용면에서도 이익이라는게 집주인의 설명이다. 빗물을 모으기 위해 세덤을 심어놓은 지붕 역시 큰 관리가 필요 없다. 한여름에 나무씨가 날아 와 앉았다 자라나면 한번씩 뽑아주는게 전부다. 건시기에는 연못에서 끌어올린 물을 살수할 수 있는 스프링클러도 지붕에 설치해 두었다. 그는 또 부착온실의 위력에 대해서도 확신을 얻게 되었다. 거실 앞쪽에 설치한 부착 온실은 여름철 더위를 막아주고 겨울철 보온에 기여한다. 겨울철 밖의 기온이 0도까지 떨어질 때도 온실내의 기온은 25도를 웃돈다. 여름에는 부착온실의 천장에 부착된 창을 열고 거실 천장에 설치한 자동시스템 창호를 열어두면 대휴현상으로 인한 자연환기가 이뤄져 실내에 선선한 공기가 공급된다. 그의 집에 냉방기가 따로 없는 이유다.
풀 심어 냉·난방 효과까지 아! 지붕에 풀 심은 집. 웬 지붕에 풀이람! 생태건축을 가능하게 하려면 무엇보다도 건축주의 환경에 대한 의식이 앞서야 할 것 같다. 몇 해 전 대성리에 단독주택을 설계하면서 느낀 것이다. 그때는 한참 생태건축에 관해 강의를 하던 터라 설계제의가 들어왔을 때 내가 아는 지식은 모두 실현시키려는 의욕이 앞섰지만 많은 난관에 부딪쳤다. 풀을 머리에 이고 어떻게 잠을 자냐는 것이다. 이웃이나 건축주가 하는 말이다. 주변이 산으로 둘러싸여 있기 때문에 집 한채 들어선다고 자연을 훼손할까 했는데 한 두채 들어서기 시작한 집들이 벌써 골짜기에 꽤 들어섰다. 공사비가 비쌌지만 건축주의 이해로 결국 경사가 40%나 되는 지붕에 녹화를 하게 되었다. 물어 물어가며 고양시의 지피 식물원까지 찾아가서 새덤류를 구하고 일부는 인근에서 자라는 돌나물을 캐다 심었다. 지난 여름 장맛비가 억수같이 오는 날이면 우리 모두 가슴을 졸였던 것을 기억한다. 무사히 여름을 보낸 대성리 집의 지붕은 어느덧 무성해진 돌나물과 이제는 제법 자리를 잡은 새덤류가 지붕을 하나 가득 메우기 시작했다. 녹화된 수풀사이로 벌레들도 살 것이며, 그 벌레를 잡아먹으러 새들도 놀러올 것이다. 또한 녹화된 지붕은 콘크리트지붕에 비해 열전도율이 낮아 여름철 냉방 에너지 절약과 겨울철 난방에너지 절약에 상당한 효과가 있다. 콘크리트 표면은 여름철 낮에 50℃ 이상까지 온도가 올라가지만 녹화를 한 표면은 25℃ 정도를 유지하고, 겨울철 콘크리트 지붕면은 하루 17시간 이상 영하로 떨어지는데 반해 녹화된 표면은 영상을 유지한다. 배기가스와 먼지로 인해 공기중의 더러운 미세먼지가 초기 빗물에 섞여 하천오염 등의 문제를 일으키는데 지붕녹화는 이러한 오염된 초기 빗물을 토양과 식물을 통해 여과시키는 작용을 함으로써 수질오염을 경감시킨다. 소량의 비가 내릴 경우 녹화된 옥상에서는 빗물을 함유하여 다시 공중으로 증발시켜 하나의 작은 생태적 순환체제가 이루어지게 된다. 흙을 상실한 우리의 도시는 그 속에 뿌리를 내리는 풀 한포기, 작은 벌레조차도 함께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거창하게 도시의 열섬현상이나 홍수를 예방한다는 차원이 아니더라도 창문을 열면 싱그러운 풀내음을 가까이서 맡을 수 있고 새소리를 들을 수 있는 도시를 만들기 위해 60~70년대 우리가 민둥산에 나무를 심었듯이 모든 민둥머리 건물에 초록을 입혀 자연을 끌어안고 사는 도시를 그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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